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36주 낙태가 던진 한국의 낙태죄에 대한 인식

by 포근한재욱 2024. 9. 22.

얼마 전 임신 36주 차 임산부가 유튜브에서 낙태를 한다는 소동이 일어나고 실제로 낙태를 하면서 사회에 큰 이슈를 던졌다. 단순히 가십으로 보는 사람들은 '주작'이라는 흉기와도 같은 언어로 한 여성을 공격하면서 낙태에 관해서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 사건 하나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살인이다." 자기 마음대로 단정 지어가면서 서로 헐뜯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낙태죄에 관한 법률의 현주소와 한국사회의 낙태죄에 대한 인식을 한번 짚어볼까 한다.

36주 낙태사건 썸네일
36주 낙태 살인인가?

36주 낙태 사건의 전말

어느 날 난데없이 "임신 36주 차 임신중지(낙태) 수술" 영상을 한 여성 유튜브가 올렸다. 이 사건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해당 유튜버는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었고 임신중지 수술은 수도권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임신주수가 오래돼서 누리꾼들은 조작이라는 말들도 많았으나 사실로 드러났고 낙태수술을 했던 병원의 압수수색과 더불어 수술을 시행했던 의사는 살해혐의로 입건됐다. 36주에 낙태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여성 역시 살해혐의로 입건됬다.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임신 36주 낙태브이로그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유튜버와 병원장, 집도의는 살인혐의로 입건

-수술 마취의, 보조 의료인 3명은 살인 방조혐의로 입건

-낙태 중개인은 환자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

 

여기에서 여러 충돌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 규정이 사라졌다. 당시 헌재는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된 느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위헌 판결은 났지만 수정법안을 입법하지 않은 상태여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이번 사건으로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에 올라온 낙태 브이로그는 사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 사례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대입시켜서 비판하면서 힘들게 여성의 인권을 인정받은 위헌판결이 축소되는 상황이 되면 안 될 것이다.

 

36주 낙태 브이로그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들

산모의 뱃속에서 사산시킨 다음에 적출했다면 낙태에 해당하지만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 살아있었다면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살인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태아가 출산 당시에 살아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임신 22주 차를 넘어가면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36주의 태아도 사람으로 보고 고의낙태를 했을 때 살인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34주 태아가 제왕절개로 살아서 태어났지만 의사가 물에 넣어서 질식사시켰던 사건의 경우 유죄판결을 받았던 판례가 있는 만큼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원래라면 임신 24주를 넘긴 후 낙태를 하게 되면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규정이 사라지면서 이 사건은 논쟁이 되고 있다.

 

한국의 낙태에 대한 인식

황당하게도 낙태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들 중에 임신중지를 자녀의 선택권(딸을 원하는데 아들을 임신하면 아들을 낙태하는)으로 이용하는 여성도 있고, 양육할 의지도 없는 남성, 상대방의 임신 사실도 몰랐던 남성들이 여성의 임신중지를 고소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황당한 사례들 때문에 여성의 선택권이 폄하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 침해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을 남성보다 아래로 보려고 하는 사회풍토가 과거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더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우월주의가 만연해서 여성의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범죄라고 부르짖는다. 헌재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아래와 같이 범죄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선택권이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고 36주 브이로그 사건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면 슬며시 수면 위로 올라와서 대립한다.

낙태가 범죄

  1. 생명 존중: 태아는 독립적인 생명체로, 태어나기 전이라도 생명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
  2. 도덕적, 종교적 신념: 일부 종교에서는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며, 생명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짐.
  3. 사회적 책임: 부모가 태아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으며, 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봄.

낙태는 선택권

  1. 여성의 신체 자율성: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가 있으며, 정부나 사회가 이를 제한해선 안 됨.
  2. 건강 문제: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경우, 낙태는 선택의 문제로 다뤄져야 함.
  3. 사회경제적 요인: 원하지 않는 임신은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해 미래를 계획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

여성의 선택권이라면 아들 낳고 싶으면 딸을 임신했을 때 뱃속에서 사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낙태는 남성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 서로 합의된 관계에서도 임신은 첨예한 대립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남성의 강압과 권력, 무책임에 의해서 원치 않는 폭력에 의한 임신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에 대해서 등한시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남성은 피임을 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한편으로 여성은 희생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피임은 여성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그 희생자는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된다.

 

36주 낙태 브이로그 유튜버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의 입장을 들어보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 여성의 선택권은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36주면 거의 출산 직전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낙태와는 다른 사건이라면서 36주 임신 중지 수술이 맞다면 처벌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해당 유튜버가 어떻게 해서 낙태를 결정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의 선택권을 제한하기 위해서 연구를 하겠다는 발언은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출산을 강요하면서 출산할 수 있는 사회환경은 만들어 주지 않는 대한민국은 겉으로 보기엔 선진국을 그럴싸하게 따라가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후진국의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의 낙태죄에 대한 인식의 민낯이 드러난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사건은 다시 한번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